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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너머, 장보고과학기지에서 전해온 첫인사에, 교실 안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7월 9일 화순오성초등학교 ‘2030 미네르바 교실’에서는 남극 장보고기지와 함께하는 ESG 공동수업이 펼쳐졌다.
이번 수업은 올해 134교에 조성 중인 ‘2030교실’의 첫 공식 수업으로, 전남교육이 지향하는 미래 수업의 방향을 보여줬다.
‘2030 미네르바 교실’은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디지털 기기 중심 지원만으로 구축된 것이 특징이다.
칠판, 책걸상 같은 전통적 공간 구성에 얽매이지 않고, 기기와 네트워크로 언제 어디서나 수업이 가능한 ‘공간 제약 없는 교실’을 구현하여 다양한 미래형 수업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날 수업은 ‘남극이 보내온 편지: 지구의 미래를 지키는 약속 ESG’를 주제로, 학생들이 환경(E), 사회적 참여(S), 자치(G) 세 가지 영역에 따라 직접 기획하고 실천해 온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오성초 백혁 2030수업교사를 비롯해 3명의 남극장보고기지 대원과 김대중 전라남도교육감이 일일 교사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김정희 전남도의회 교육위원장, 도교육청 관계자들도 수업을 참관하며 ‘2030교실’의 첫 공식 수업 공개에 큰 관심을 표했다.
수업이 시작되자, 남극 장보고기지 김준겸 대원은 “지구온난화에 따라 남극의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펭귄들도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학생들은 남극에서 벌어지는 생태계의 변화와 연일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폭염이 같은 원인에서 비롯한 것임을 체감하면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되새겼다.
이어 학생들은 새들이 찾아오지 않는 학교 환경에 주목해 인공새집을 설치하고 생태 변화를 관찰한 탐구 과정을 발표하며, 남극 대원에게 과학적 조언을 요청하기도 했다.
수업 참관자들은 남극의 연구 방법이 전남의 학교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데 흥미를 표했다.
기후위기의 불평등 문제를 다룬 ‘정크아트 전시회’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남극의 온실가스 농도 변화와 그 영향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학생들은 폐자재를 활용해 만든 작품과 함께 자신이 기획한 캠페인을 소개했다.
기후정의를 시각화한 이 전시는 단순한 미술 활동을 넘어, 기후 문제를 향한 아이들의 윤리적 감수성과 상상력을 엿볼 수 있었다.
김대중 교육감은 “전남 학교에서는 빈 교실 불 끄기, 일회용품 줄이기 등 ‘지9하는 학교’ 실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같은 작은 행동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오성초 학생들은 지난해 어린이 국회에 제출한 ‘학교 온실가스 총량제’ 법안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 법안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관리·실천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제20회 대한민국어린이국회’에서 국회의장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학생들은 “올해 법률안은 학교 통학 버스를 전기버스로 전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탄소중립 선도학교’를 중심으로, 적용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2030교실 안에서 학생들이 수동적인 학습자를 넘어, 스스로 사회를 바꾸는 주체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수업의 마무리는 학생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세 명의 학생은 환경·사회·자치를 대표해 실천 선언문을 낭독했다.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약속과 정책 제안서를 김대중 교육감에게 전달했다.
수업을 마치고, ‘QR타임캡슐’을 묻는 특별한 행사도 열렸다.
학생, 교사, 교육감이 각각 2030년의 자신과 수업, 전남교육의 미래에 대한 다짐을 태블릿PC에 담아 전송했다.
이 다짐은 2030년 7월, 고2가 된 학생들이 다시 꺼내보게 된다.
김대중 교육감은 “남극에서 시작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가 전남 학생들의 실천과 정책 제안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며, “2030교실은 전남 수업 대전환의 핵심 사업으로, 학생과 교사가 상상하고 희망하는 수업을 실현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남교육청은 올해 유아 51실, 초등 43실, 중등 40실 등 총 134개의 ‘2030교실’을 선정하고, 미래형 수업 공간 조성과 활용을 추진하고 있다.
박종수 기자 0801thebetter@naver.com